역서 후기 : (스데반 황)

오스왈드 챔버스를 존경하게 된 계기는 1992년에 필라의 반센노블에 들렀다가 그의 책을 처음 발견했을 때부터이다. 깊은 영적 통찰력을 드러내는 그의 책을 읽어가면서, 주님을 향한 그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볼 수 있었다. 특히 그 사랑이 지식의 차원에 머물지 않고 삶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책 안에는 쉬지 않고 주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사랑과 순종, 그리고 온 마음을 다 드리라는 권면으로 가득하다.

저자인 데이빗 맥캐스랜드를 만나 대화를 나눈 적이 있고 그 후 원서를 읽어본 적이 있기 때문에 번역을 위해 다시 책을 펴면서 많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데이빗 맥캐스랜드의 표정에는 이 책을 반드시 한국어로 번역하여 신속히 출판했으면 하는 바람이 묻어 있었다. 이제 이 책의 번역을 다 마치면서 왜 그의 마음에 그러한 간절함이 있었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번역을 마친 후 챔버스와 그의 가족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내 앞에 펼쳐졌다. 한마디로 그들은 이 세상에서 나그네 인생을 살았다. 세상 기준으로 볼 때 소위 ‘비참하고 가난한 삶’이었다. 챔버스와 남은 가족들은 이 땅에서 아무런 영화를 누리지 못했다. 그들이 생명을 가지고 있을 때 한 일은 수고와 고생 밖에 없었다. 인간적인 안쓰러움으로 눈물이 나왔다. 아무런 영광을 이 땅에서 누리지 못한 인생들! 그러나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 한 분만을 사랑하며 서로 위로하고 어떤 환난이라도 견뎠던 모습들! 그들의 영광은 세상이 알아주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숨겨진 것이었다. 십자가 뒤에 숨어 있던 그리스도의 영광이 그들의 삶에서도 동일하게 반영되고 있었다.

나는 무엇을 불평하며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지, 왜 그토록 주께 전심을 드리지 못하고 방황하는 삶을 살았는지, 주의 길을 따른다고 하면서 왜 그렇게 안일한 삶과 이 땅의 풍요를 추구해왔는지…. 챔버스의 삶을 생각하며 내 무릎은 주 앞에 자꾸 구부러졌다. 나의 가슴은 그의 신학과 영적 깊이에 감탄했고, 나의 무릎은 그가 살아온 초라한 삶 앞에서 무너진 것이다.

오늘날 잠깐 있다 없어질 세상의 영광 때문에 기독교의 이름으로 소위 장사를 하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있다. 나 자신은 하나님 앞에서 당당한가? 적어도 세상 것을 추구하는 길이 참된 십자가의 길이 아님을 되새긴다. 복음을 통한 삶이란 세상을 위한 삶이 아님을 고백한다.
번역의 작은 수고를 통해 주께서 나처럼 주님 앞에 무릎 꿇는 사람들을 많이 만들어 내시기를 원한다. 위대한 영적 거인 오스왈드 챔버스를 이 세상에 보내시고, 그의 글을 주님이 가신 좁은 길을 가려는 자들에게 읽게 하시는 섭리를 보면서, 주께 한없는 찬양을 올리게 된다.
“주님, 온 마음으로 주를 사랑합니다. 주님은 나의 최고봉이십니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