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기주도형 학습’이라는 단어를 전에는 잘 알지 못했다. 최근 여러 매체에서 자주 사용해서 이 단어를 알게 되었다. 그런데 되돌아보니 우리가 했던 방법이 자기주도형 학습 방법이었다. 공부는 하고 싶을 때, 자기에게 맞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둘째인 딸과 막내아들은 늘 함께 놀았다. 나이 터울도 적당했고, 누나가 동생을 유난히 잘 돌봐주었다. 하루 종일 함께 놀던 누나가 공부를 시작하니 막내는 아주 심심해했다. 어느 날은 연필을 들고 누나 옆에 앉았다. 누나가 공부를 끝내기만 기다리면서 연필 하나를 들고 누나 주위를 돌기에 내가 넌지시 물어보았다. 

“너도 글자를 배울래? 공부하고 싶니?” “아니요.”  “그래? 그럼 계속 놀아.” 막내는 단호하게 공부하기를 거절했고, 나는 두 번 권하지 않았다. 공부는 자기가 하고 싶을 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1년 후 막내는 여섯 살이 되었다. 그날도 형과 누나가 공부하는 주변을 맴돌다가 책상에 앉았다. 자기도 공부하고 싶은 눈치가 보여서 내가 물어보았다.

“너도 공부하고 싶니? 무엇을 배우고 싶니?” “네. 글씨를 알려주세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럼! 글자를 배우는 것은 정말 재미있단다.”

유대인들은 아이들에게 처음 글자를 가르칠 때 페이지마다 꿀을 바른다고 한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손가락에 꿀이 묻고, 그 꿀을 맛보면서 공부는 즐겁다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나도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하기를 원했다.

여섯 살이 되어서야 글씨를 배운 막내의 진도가 아주 빨랐다. 계속 공부하고 싶어 했다. 아이의 속도를 따르다보니 본의 아니게 선행학습을 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누나를 앞서갔을 때 나는 막내의 진도를 잠시 멈췄다. 

마침 우리 부부의 안식년 기간이 되어서 아이 둘을 데리고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로 떠났다. 국제 YWAM의 간사 한 가정이 살고 있는 시골 농장에 게스트 하우스가 있었다. 한적한 농장에서 살면서 농장 일도 거들고 소와 말을 보면서 실컷 놀았다. 허허벌판을 개와 함께 달리기도 하고, 밤새 쌓인 눈도 치우고, 들판을 뛰어다녔다.

한국에 돌아와서 막내는 제주 열방대학 부설 기독학교에 들어갔다. 공부에 지치지 않은 상태에서 중학교를 시작했다. 한참 놀다가 다시 공부해서인지 모든 과목을 즐거워했다. 막내아들은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이 공부하고 있다. 

“엄마, 즐겁게 공부하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생각해보니 나는 공부에 시달린 적이 없네요. 그래서 항상 새로워요.”

방학이 되어 집에 온 막내아들이 나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공부를 많이 시키지 않고 적당히 놀게 했기 때문에 듣는 감사였다. 자기가 원할 때 시작하면 스스로 방법을 찾아서 공부한다. 

◈나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자주 이런 생각을 한다.  ‘사람은 누구든지 내일을 준비만 하는 삶을 살면 안 된다.’ 초등학교 나이에 중학교를 준비하고, 중학생이 되면 고등학교를 준비하고,
어릴 때부터 대학에 가야 할 준비를 하느라 정신없이 살아야 한다면, 그 인생은 준비만 하다가 끝날 수도 있다. 

나는 오늘 하루를 즐겁고 보람 있게 보내라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인생은 매일 매일이 성취다.
오늘이 바로 행복한 성취를 맛보는 그날이라고 말해주었다.

억지로 공부시키지 않았고, 잘하고 있다며 무조건 달려가게 하지 않았다. 언젠가 지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천천히 하도록 속도 조절을 했다. 아이들은 기계가 아니라 인격이다. 아이들은 오늘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부모의 욕심으로 자녀의 행복을 빼앗으면 안 된다. 내일 행복하려고 오늘을 불행하게 살면 안 된다. 오늘 불행한 삶은 내일도 불행할 가능성이 많다. 오늘 행복한 아이가 내일도 행복하다. 스스로 자립해서 즐겁게 공부하는 법을 터득한 자녀가 진정한 성공의 열매를 거둔다.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기다려주는 부모가 필요하다. 기다림은 존재 자체에 대한 존중과 신뢰에서 나온다. 나는 자녀들이 선택하는 힘을 기르도록 기다려주었다. 자신을 믿고 기다려주는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는 자기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게 된다. 무엇보다 부모를 신뢰하며 엄마 아빠를 닮고 싶어 한다.

† 말씀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 - 잠언 22장 6절

오늘 내가 네게 명하는 이 말씀을 너는 마음에 새기고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았을 때에든지 길을 갈 때에든지 누워 있을 때에든지 일어날 때에든지 이 말씀을 강론할 것이며 너는 또 그것을 네 손목에 매어 기호를 삼으며 네 미간에 붙여 표로 삼고 또 네 집 문설주와 바깥 문에 기록할지니라 - 신명기 6장 6~9절

† 기도
아이들이 하나님 안에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기도하며 도와주는 부모가 되게 하시옵소서.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아이들의 행복을 빼앗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 적용과 결단
내 기준에 아이들을 맞추려고 조급하게 행동하기보다 주님의 기준에 맞추어 가르치고 기다려주는 부모 또는 선생님이 되기를 결단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