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과학 물질 만능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국 사회에 기독교는 점차 매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특히 개신교는 신도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으며, 한국 사회가 개신교를 바라보는 인식도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실이 이러한데 기독교인들이 믿는 예수는 매력적일 수 있을까?

기독교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예수는 여전히 '넘치는 매력의 사나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교회가 잃어버리고 망각하고 있는 예수는 어떤 예수일까? 저자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예수의 어떤 부분을 새로 쓰고 싶었던 것이었을까?(5쪽)

대한성공회 사제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박태식은 21세기 한국 땅에서 예수의 이야기가 유의미한지를 진지하게 고민한다. 서강대를 거쳐 독일 괴팅겐대학교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은 그는 장애인 센터인 '함께 사는 세상' 지도 신부로 활동하면서, <예수와 교회>, <나사렛 예수>, <왜 예수이어야만 하는가?> 외 다수의 책을 저술하였다.

가방 끈이 긴 그가 이토록 예수의 이야기에 집착하는 이유는 단순히 그가 성공회 사제라는 직업의식이 투철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가 새로 쓰면서까지 독자에게 전달해 주길 원했던 예수는 어떤 예수며, 어떤 교회요, 그리스도인이었을까? 간략하게나마 그 궤적을 따라가 보자.

사람이 하나님이다

1세기 당시 이스라엘은 13세 이상의 성인은 결혼을 할 수 있었고,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이상 결혼을 하였다. 하지만 예수는 "가족마저 떠나 산… 재야의 인물로 결혼하지 않았다(35쪽)." 건축 기술자로 번역이 가능한 목수의 아들 예수는 글을 익혔을 가능성이 희박하였고, 히브리어의 사투리인 아람어를 사용했다는 점을 통해 그가 정식 교육과 거리가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37쪽). 그런 그가 33세의 젊은 나이에 십자가에 처형당했다.

짧은 생을 살아간 역사적 예수가 세상의 역사를 뒤바꾸고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저자는 당시 종교 지도자들이 갖가지 율법 규정과 해석으로 백성들을 옥죄고 억압했던 것과는 반대로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로서 당시 규정들을 노골적으로 전복시킴으로써 당시의 종교 체제가 "모두 허구에 불과(66쪽)"하다고 폭로한다. 그러면서 예수의 진정한 매력을 이 땅에서 살아갔던 역사적 예수에게서 찾고 있다. 역사적 예수는 종교 중심의 세상, 종교 지도자들이 주인 노릇하던 세상에서 사람 중심의 삶을 중시했다.

저자는 수차례 반복한다. "사람이 곧 하느님이라는 말이다(74쪽)." "사람이 하느님이다!(170쪽)" "작은 형제들이 곧 하느님이다(159쪽)." "작은 형제가 하느님이며, 원수가 하느님이며, 하느님을 알기 원하는 자 스스로가 하느님인 것이다(170쪽)." "사람을 하느님으로 대하라는 것이다(163쪽)." 지극히 작은 자에는 원수까지도 포함된다. 그들을 하나님처럼 대한다는 말은 그들을 사랑하라는 뜻이다. 사랑은 하나님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167쪽). 저자는 사랑을 하나님 인식의 결정적 조건으로 단언하는 동시에 사랑을 "우주를 이끌어 가는 힘(168쪽)"으로 정의한다.

초기 기독교를 탐구하는 부분에 이르러서 저자는 초기 기독교인들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신마저도 예수의 삶의 매력에 빠지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넘치는 매력의 사나이! 그 이름은 예수다(189쪽)."

신성을 강조하다 본질을 망각하다

예수의 정신과 삶을 추구하기로 작정한 사람들이 모임으로 교회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초기 기독교와는 달리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교회는 예수 정신을 망각하기 시작했다. 콘스탄티누스 이후 기독교는 권력과 밀착하기 시작했고, 예수의 인성보다는 신성이 강조되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예수의 신성이 강조될수록 종교 지도자들의 "위상이 극적으로 높아(203쪽)"지고, 종국에는 "교황은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없다(204쪽)"는 교황 무오설까지 나왔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중세 기독교 타락의 최대 이유는 바로 사람보다는 교리와 조직을 중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느 시대든 교회는 보이지 않는 인간의 숭고한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만일 그 일을 게을리한다면 더 이상 교회라 할 수 없다(192쪽)." 저자는 이렇듯 교리와 종교 체제만을 강조하다가 본질을 망각한 교회 역사를 "다양성이 사라지고 통일성만 살아남은 교회의 슬픈 역사(392쪽)"라고 명토 박아 말한다.

이 책의 중반부부터는 교회의 직제 및 다양한 교파, 교리 논쟁 등을 다루고 있고 문체도 '-이다' 체에서 '-입니다' 체로 바뀌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게다가 지면 곳곳에 깨알 같은 글씨로 성경 구절을 배치하다 보니, 오히려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지루함을 느끼게 만들고 있다. 그러다 후반부는 몇 편의 영화평으로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무슨 의도였을까? 수많은 교파, 교회의 직제, 그리고 영화평과 서평 등을 통해 저자는 "전통적 그리스도 교리를 넘어 역사의 예수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작업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하다. 그리스도교는 사람을 살리는 종교여야 한다(336쪽)"는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처음 예수, 처음 기독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처음 예수, 그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이웃은 물론이고 원수까지도 사랑했다. 모든 사람을 하나님처럼 대했고, 하나님처럼 사랑했다. 사랑은 하나님께로부터 나오는 것(요일 4:7)이기에, 예수는 하나님의 사람이요, 하나님의 아들이시다. 한국교회가 명예를 회복하려면, 사람 사랑하는 종교, 사람을 살리는 종교가 되라는 저자의 말을 되새겨야 하겠다. 그것이 처음 기독교의 모습이었으니까.